'권리 소진의 원칙'이란, 대부분의 지식재산권법에 적용되는 특유의 법리로서, 일단 지식재산권자의 통제하에 제품이 양도되면 그 이후에는 지식재산권자가 해당 제품의 양도 및 사용 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권리 소진의 원칙'은 대세적인 효력을 가지는 지식재산권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하여 인정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식재산권법은 특별한 제한 없이 지식재산권자에게만 독점적으로 지식재산권에 관한 제품을 생산, 사용, 양도, 대여 등의 행위를 할 권리를 인정하는데, 이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지식재산권자가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이미 상당한 이득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해당 제품을 재판매(중고 제품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초과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권리 소진의 원칙'은 그 인정 요건 및 효력 범위, 2가지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어떠한 경우에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i) 부적법하게 양도된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ii) 양도 외 다른 처분행위(예컨대, 라이선스 판매)의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 (i)항과 관련하여서도 원칙적으로 부적법하게 양도된 경우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가 '부적법하게 양도'된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권리 소진의 원칙'이 어떠한 범위 내에서 적용되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단 양도된 제품을 영업적인 방식으로 대여 및 사용 등의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일단 양도된 제품을 변형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는 부적법하게 양도된 경우에는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권리 소진의 원칙이 배제되는 '부적법'한 경우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시한 첫번째 판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A는 C로부터 제품을 양수하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A가 그 이후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권리 소진의 원칙'에 따라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C는 당초 상표권자인 B와의 판매장소 제한 약정을 위반하여 제품을 A에게 판매하였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 대하여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C가 상표권자인 B와의 약정을 위반하여 제품을 판매하기는 하였으나, 그 경우 언제나 '권리 소진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약정이 계약의 부수적인 조건에 불과한 경우에는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매장소 제한 약정'이 언제나 부수적인 조건에 불과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상표권자 B가 온라인 판매 등을 허용한 사실이 있다는 점, 온라인 판매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는 점, A의 인터넷 쇼핑몰이 C가 해당 제품을 판매한 인터넷 쇼핑몰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토대로 위 '판매금지 약정'이 부수적인 조건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판매장소 제한 약정'이라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과 구체적인 약정의 내용에 따라 계약상 주요 조건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